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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아이, 동네주민이 돌봐요”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제과점 아줌마… 구멍가게 아저씨…
2008년 07월 16일 (수) 14:57:17 약속재단 kpromise@paran.com

 【동아일보】

“이얍∼.”
   


14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신림7동에 있는 한 태권도장. 관장 이기성(42) 씨의 구령에 맞춰 20여 명의 아이가 발차기 동작을 하고 있다. 노란 띠를 맨 최모(12·초등 6학년) 군도 맨 앞줄에서 열심히 따라하고 있다.

최 군과 이 씨는 ‘각별한’ 사이다. 학생이 도장에 오면 보통 부모의 휴대전화로 출석 문자가 전송되지만 최 군의 출석 문자는 이 씨에게 직접 통보된다.

이 씨는 지난해 무료 태권도 강습을 해주다가 최 군을 알게 됐다. 노점상을 하는 아버지와 둘이 사는 최 군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것을 알고 수강료 10만 원 중 2만 원 정도만 받고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두 달째 태권도를 배운 최 군은 사교성이 좋아졌다.

“방과 후 친구들은 다 학원에 가는데 저는 놀 사람이 없어서 심심했어요. 지금은 도장에서 친구도 사귀고 태권도도 배우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 우리 동네 아이들은 내가 돕는다

이 씨처럼 동네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의 부모와 선생님 역할을 하는 사례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www.childreninhope.net)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와 지역사회를 엮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6년 시작된 희망네트워크는 서울 경기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8개 지역(12개 센터·표 참고)을 중심으로 아동들이 지역사회의 보호 아래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을 연계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이 지원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 기획사업이다.

희망네트워크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연결해 주면 주민 스스로 나서서 동네 아이들의 의식주와 학습 활동을 돕는다. 사회복지사, 후원자,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옆집 아저씨, 구멍가게 아줌마가 직접 도움의 주체로 나서는 ‘마을 지원 공동체’인 셈이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원유경(45·여) 씨는 희망센터와 연계해 일주일에 한 번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30여 명의 아이에게 빵을 무료로 공급한다. 원 씨는 “재료를 조금 더 많이 만들어 아이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것일 뿐”이라며 “나를 크게 희생해 남을 돕거나 고액의 성금을 낼 자신은 없지만 평범한 삶 속에서 주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택시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원 임은주(41·여·광주 남구 진월동) 씨는 광주 남구 일대 아이들이 경제관념을 가지도록 저축과 경제상식을 가르친다.

“거창하게 자선활동은 못하지만 그냥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동네 아이들을 돕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아요.”

공짜로 진료해주는 동네의원 의사 선생님, 공부를 가르쳐주는 옆집 아저씨, 아주머니 등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마을 아이들을 보호하고 가르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제공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

○ 나보다 더 어려운 아이들을…

   

1일 오후 2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4동 정정화(56) 씨의 집. 정 씨는 거실 식탁에서 송모(9·초등 2학년) 군에게 받아쓰기를 시키고 있다. 송 군은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한글을 잘 배우지 못했다. 송 군은 정 씨가 문장을 쓰면 그 밑에 같은 문장을 열심히 따라 쓴다.

정 씨는 부천 일대 아이들에게 ‘무료 과외 선생님’으로 통한다. 첫 제자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조모(10·초등 3학년) 양이다. 지난해 정 씨는 조 양에게 일주일에 3번 1시간 반씩 국어 수학을 가르쳐 시험점수를 40점 올려놨다.

제주 제주시 봉개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홍은심(40) 씨는 동네 아이들의 머리를 무료로 잘라준다. 봉사에 ‘재미’를 붙인 홍 씨는 최근 지역 학부모들과 함께 조금씩 돈을 모아 어린이쉼터를 만들었다. 이 일대가 농촌지역이라 아이들이 집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봉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데도 더 어려운 이웃 아동을 돕기도 한다.

광주 북구 두암동에 사는 신금숙(40·여) 씨는 불우한 환경의 동네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먹이고 숙제를 지도한다. 신 씨는 휠체어 없이 움직이기 어려운 지체장애 1급 아들 한모(11) 군을 매일 업고 등하교를 시킨다. 정부지원금으로 생활할 정도로 형편도 어렵다.

“남을 돕는 데는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중요한 것 같아요. 바쁘기는 하지만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요.

강미경 희망네트워크 사업지원단장은 “초등학교 성폭행 사건, 유괴 등 최근 아동 관련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이들을 보호할 사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며 “봉사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윤진근(27·경북대 사회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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