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는 나무가 몇 그루 있어요.
‘안녕?’
‘안녕하십니까?’
‘잘 있었어?’
‘몰라~ 늦었다’
같은 나무인데도 매일 인사가 바뀌어요.
내 기분에 따라 인사말이 달라지는 거죠. 그렇지만, 한번 인사를 하고나니 뭐랄까 친한 친구가 된 느낌 이예요. 어떤 때는 지각할까봐 짧게 인사하지만 좀 길게 인사를 할 때도 있어요.
나무가 말을 하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지만, 나무는 그럴 수 없으니까. 내 인사를 잘 받아줄 거라고 믿어요.
진범이라는 내 친구는 그 나무를 알고 싶어 했어요.
“들레야. 매일 인사하는 나무를 나에게도 알려줄래?”
“그럴까?”
나는 키가 크고 멋진 은행나무 1호를 제일 먼저 가르쳐줬어요.
옛날에 공룡이 있을 때도 살고 있었던 은행나무는 유명한 학자 다윈이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를 만큼 귀한 나무예요. 지금은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어요. 가을에 노란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그게 거리에 떨어지면,
“휴~ 냄새가 냄새가...”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알죠?
그렇지만, 은행나무 열매로 만든 음식을 먹어본 일이 있을 거예요 또 은행나무의 잎은 약으로도 쓰인다는 것을 알고 있죠? 물론 나무니까 가구를 만들거나 미술조각을 할 때도 많이 쓰인다고 해요.
음식으로도 사용하고 약으로도 사용하고, 은행나무는 참 유익한 나무인 것 같아요. 은행나무는 햇볕도 좋아하고 뿌리도 깊이 잘 자라고 추운 날씨나 자동차의 매연에도 강해서 키우기가 쉽답니다.
학교 가는 길에 은행나무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참! 은행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다는 것은 알고 있겠죠? 그러니까 가을에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는 암나무인데, 근처에 찾아보면 수나무가 꼭 있을 거예요. 수나무의 꽃가루가 암나무로 날라가 암꽃에서 꽃가루를 받아야만 열매가 생기는 거니까요.
가을에 암나무에는 노란색의 은행이 열려요. 은행이 너무 많이 열려서 암나무의 가지가 약간 쳐지는데, 수나무는 열매가 열리지 않으니까 가지가 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두면 좋아요. 이제 가을이 오면 암나무와 수나무를 구별할 수 있겠죠?
근데, 내가 마음으로 인사하는 나무 중에서 은행나무는 사실 2호예요. 1호는 따로 있어요.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를 만큼 귀한 나무랍니다. 은행나무가 지구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3억5천만 년 전 고생대부터 예요. 고생대를 지나 중생대는 공룡이나 암모나이트가 번성하던 시대인데, 은행나무도 이 중생대에 최고로 잘 살았어요.
그렇지만 지금으로부터 약 6천만 년 전부터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륙에서만 살아남고 다른 나라에서는 모습을 감추어 버렸답니다. 은행나무가 스스로의 힘으로는 자손을 잘 퍼뜨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랍니다. 사람이 심어놓은 것을 빼고 스스로 살아남은 은행나무가 없기 때문에,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부르며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랍니다.
최종편집 :
2024.2.15 목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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