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7명을 기록한 스웨덴, 1.29명을 기록한 일본보다 낮은 수치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율의 영향으로 노동인구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급속도로 향해가는 실정이다. 이러한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계속 되면 가족 내에 노인부양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노동생산성이 저하되어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즉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개인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사회경제적인 위기인 것이다.
최근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하여, 출산축하금 지급, 보육․교육비 지원과 같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각종 보조금 지급 정책들이 발표되고 시행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산정된 보조금의 액수는 실제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어, 젊은 부부들이 출산하도록 유도하는데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 설사 보조금의 액수가 많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방안이지 문제 해결의 장기적인 원동력이 될 수 없다. 노후지원금의 경우에도 그것이 생산성에 기여하는 원동력이 될 수 없는, 단순 보조금 지급의 형태라면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또 지상파, 전광판, 인터넷을 이용한 캠페인을 통해 출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다. 저출산 문제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 사회구성원들에 의한 것인 만큼, 정책도 그들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도움이어야 한다.
저출산과 그에 따른 고령화 사회 도래의 원인 중 근본적인 것은 가족관의 개인주의적 변화와 출산에 대한 일부 왜곡된 인식이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부부중심의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전체적으로 출산연령이 늦어져 출산율이 저조하게 된 것이다. 이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육아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면서 느낄 수 있는 보람과 소중한 행복, 그리고 사랑의 가치는 간과되고, 그 과정에서의 희생과 어려움만이 지나치게 부각되어 형성된 그릇된 사회적 인식의 영향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렇게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가족의 의미 퇴색과 그에 따른 해체 현상과 관련한다는 점에 착안해, 문제 해결은 고령자 복지지출, 출산장려와 같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가족 전체의 복지’라는 통합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 단위 복지의 기반을 확립하기 위해 우선, 전통적인 가족형태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상호 도움으로 원만한 가정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가족 간의 이러한 유기적인 관계가 육아의 부담을 덜어주고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노인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을 각인해야 한다. 그런 연후에 부부 중심의 출산 정책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방향의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독신가정, 편부모 가정, 이혼 가정 등에게 가해지는 제도적 제약을 없애 그들도 동일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가족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공기관의 확충 역시 매우 중요하다.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부부들을 위해 ‘출산 및 육아센터’를 건립하여 가까이서 도움을 주어야한다. 이 기관에 상담소를 설치하여 출산에 관한 상담을 해주고, 부부, 예비부부 및 예비산모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강연을 열어 부모됨에 대한 긍정적이고 올바른 의식을 제고하며, 다양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육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동사회화를 담당하는 각종 공공기관을 설립하는데도 주력해야 한다. 그동안 국공립 보육시설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고 그 수요가 매우 높다는 점에 주목하여 창의력 교실, 글쓰기 교실 등의 교육프로그램과 탁아시설이 결합된 형태의 기관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개인에 대한 단순 지원책보다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생산성있고 실용적인 공공기관을 확충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적, 산업적 측면에서의 노력 또한 필요하다. ‘직장이냐 가정이냐’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적극적인 기업의 배려와 노력은 절실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을 주지하고, 정부가 기업에 개입해야 한다. 의무적으로 회사 내에 탁아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소기업은 힘을 모아 공동으로 탁아시설을 설치하며, 여성이 출산휴가제와 육아휴가제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등 때로는 정치적 압력도 필요하다. 기업이 출산부부를 대상으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텔레워크’를 도입한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텔레워크는 원격근무를 통해 편의성을 증대시켜 여성이 육아와 직장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도록 한다. 고령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협력 역시 필요한데, 우선 공기업을 중심으로, 전통문화를 전승하고 안내하는 일과 같이 노인에게 알맞은 일자리를 차츰 확보해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세계 많은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도달한 선진국들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개인과 가정에서는 자녀 출산의 소중함과 무한한 가치를 알고, 가족애를 바탕으로 하여 출산과 노인부양을 위해 서로 도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도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앞서 시행된 정책들을 참고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국가경쟁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생산성있고 현실성있는 정책을 펴야한다. 이렇게 사회의 각 주체들이 공동 책임 의식을 갖고,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할 때, 우리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
최종편집 :
2024.2.15 목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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